클러스터 통합 연구총서 1단계

메가아시아 연구 입문, 시각, 방법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변화를 이해하는 틀로서 ‘새로운 지역연구’의 필요성을 검토하되, 특히 ‘메가아시아’라는 광역지역이 지니는 의미와 가능성을 탐구하려는 기획 하에 진행된 연구 결과물로서, 기존 학계에서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지역연구의 시작을 위한 입문서의 성격을 가진다. 이 책에서는 지역이란 독자적인 정체성, 정당성,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역동적 주체로서 변화될 잠재력을 가진 단위로 보고 있다. 또한 지역은 다양한 척도에서 작동할 수 있으며, 담론에 선행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담론적 실천을 통하여 지역성을 고도화시킴으로써 주체적 공간으로 발전해 간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필자들은 지역으로서 아시아가 겪은 다층적 경험을 조망하려고 시도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에서는 새로운 지역연구에 대한 이해를 위해 지역 연구의 역사와 개념을 다루었다. 제국주의 시기 시작된 지역연구의 역사가 냉전기, 탈냉전기를 거치면서 지역연구 목표의 변화와 그 과정에서 야기된 쟁점과 성과들을 정리했다. 또한 지역격, 지역성, 지역색 등의 개념을 검토함으로써, 새로운 지역연구의 기초가 되는 지역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다. 2부에서는 아시아라는 용어 및 담론적 실천으로서 아시아의 기원과 역사를 추적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에서 ‘아시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검토했다. 유럽에서 전래된 아시아라는 용어의 수용과 내재화, 그리고 이 용어를 중심으로 한 주체적이며 담론적 실천이 아시아에서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추적해 봄으로써, ‘아시아의 아시아화’를 위한 개념적이고 실천적인 기반을 고려해 보았다. 3부에서는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라는 메가아시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다섯 지역들의 지역격과 지역성에 대한 탐구를 시도했다. 다섯 지역은 유사하지만 상이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지역에 대한 담론적 실천을 시도해왔고, 이로써 각기 구별되는 지역성과 지역색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지역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서구 중심의 지역에 대한 이해를 넘어설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마지막 4부에서는 빅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서 지역을 이해하고, 그 특성을 규명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부상하고 있는 메가아시아를 이해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 책에서는 기존 연구에서 동유럽으로 분류되던 러시아를 ‘북아시아’로 명명하여 메가아시아를 구성하는 지역 단위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에서는 아시아의 지역들은 간 지역적, 혹은 초지역적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아시아 지역들은 다양한 링크들을 통해 세계의 다른 지역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메가아시아는 탈경계화와 재경계화 등을 내포하는 통경계적이며 초경계적 상호작용과 같은 복잡한 동학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결국 ‘메가지역으로서의 아시아’에 주목할 때 21세기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변화의 실체인, 지구화와 지역주의의 결과 추동된 동력에 의해 아시아가 하나의 거대한 전체로 연결되고 있는 특징적 현상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 미래적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클러스터 통합 연구총서 2단계

‘메가아시아’는 지역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이며, 방법이며, 새로운 상상 방식이다. 본 연구사업단의 2단계 연구 학술 활동은 이러한 개념·방법·상상으로서의 메가아시아를 구체화 시키는 방향으로 아젠다 연구를 심화시키고 있다.

『비교지역연구 방법론(가제)』

우리는 지역연구를 어떻게 하는가? 지역연구를 위해 특정 사례에 집중하는 ‘개체기술적’ 접근도 있고, 특정 지역에 대한 일반화를 중시하는 ‘법칙적립적’ 접근도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이 두 가지 접근의 장점을 결합한 대안적 접근이 지역학에서 시도되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두고 ‘비교지역연구’라고 부른다.

비교지역연구의 핵심은 특정 현상에 대한 지역 간 비교를 시도할 때, 그 비교의 층위를 다양하게 구성함으로써 해당 현상에 대한 경험적 일반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루어지는 비교의 종류로 지역 내 국가 단위들을 비교하는 ‘지역 내부의(intra-regional) 비교’, 비교의 단위를 서로 다른 지역으로 설정한 ‘지역 간(inter-regional) 비교’, 그리고 두 지역의 양태를 구체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대표 하위 단위를 선정하여 비교하는 ‘서로 다른 지역 내의 단위 간 교차지역(cross-regional) 비교’가 있다.

비교지역연구의 이론적 기반은 ‘지역 범주에 대한 다층위적 접근’이며, 그것의 효용은 현지조사를 통해 생산된 지식의 정치함을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일반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법칙의 적립을 추구하는 다른 학문분야와 융합하여 새로운 지식 창발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교지역연구는 ‘법칙적립적 일반화’가 학계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학문 분야(예를 들어, 정치학, 사회학)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으며, ‘법칙적립적 일반화’에 대한 고민이 덜 한 학문 분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그러나 후자의 학문 분야에서 생성된 지역연구의 성과들이 새로운 맥락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전자의 학문 분야와 마찬가지로 ‘법칙적립적 일반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할 필요성(혹은 최소한 그것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대해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 해당 학문 분야 내에서의 ‘비교지역연구’에 대한 시도이다.

따라서 본 단행본에서는 ‘비교지역연구’에 대한 시도가 어떠한 지성사적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그것의 이론적 기반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까지 시도되어 온 방법론 과정은 어떠한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새로운 학문 분야에서의 ‘비교지역연구’에 대한 시도를 통해 기존 방법론의 정교화를 도모하고, 그 효과를 타진하고자 한다.

한국 속의 메가아시아(가제)

‘메가아시아’는 아시아의 다양성과 공존하는 아시아 지역들 간의 직·간접적 연결성에 주목하기 위해, 그리고 시공간적 역사성을 가진 이러한 연결성이 향후 아시아의 지역들이 아시아의 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념적 기반으로 제공할 것을 기대하며 만들어진, 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이자 상상이다. 그리고 아시아를 새롭게 개념화하고 상상하기 위해 적용된 방법론이 바로 아시아를 국가 혹은 개별 지역 단위로 바라보지 않고, 그 전체를 연구의 단위로 삼는 접근이다.

 

‘아시아 전체’를 분석의 단위로 삼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메가아시아’ 연구에서 ‘전체’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국가 및 개별 지역 단위에서만 연구를 진행하는 분절된 시각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시아의 ‘전체’를 본다는 것은 반드시 아시아의 ‘전부’를 본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아시아의 ‘부분만을 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아시아 지역학 연구의 단위가 특정 국가 혹은 개별 지역에 고정되어 있었던 지금까지의 틀을 깨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틀을 깨는 방법으로는 우선 ‘줌-아웃’이 있다. 국가 및 개별 지역 이상을 분석의 단위로 설정하여 새롭게 구성된 데이터 세트를 기반으로 아시아에서 포착되는 다양한 현상을 새롭게 조망하거나, 기존의 분석 단위에서는 포착되지 않았던 새로운 연결성을 드러낸 지금까지의 메가아시아 연구가 이러한 전략을 택해왔다. 그러나 ‘줌-아웃(zoom-out)’이 아니라 ‘줌-인(zoom-in)’을 하는 방법도 있다. 즉, 아시아 전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의 총체가 마치 프랙탈(fractal)과도 같이 더 작은 단위에서도 동일하게 포착될 수 있다는 전제에 기반하여, 연구 대상 주제의 ‘아시아적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소우주(microcosm)와 같은 장소를 선정하고, 그 장소에서 관찰되는 현상과 역학과 연결성을 통해 아시아 전체에서의 현상과 역학과 연결성에 대한 시사점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HK+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은 ‘한국 속의 메가아시아’라는 표어를 통해 이러한 ‘줌-인’ 전략의 기본적인 구상만은 제시해 놓았으며, 사례연구를 통한 그 방법론의 구체화나 그 해석적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이제 시작해야 하는 단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