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제 : 선사·고대 환동해 교류망에서울릉도의 역할 재고
- 저 자 : 고일홍(HK연구교수)
- 게 재 지 : 한국사학보 89호
- 발 행 일 : 2022년 11월
- 초 록
이사부 정벌 전후의 우산국 토착 사회에 대한 지금까지의 추론은 문헌 자료와 고고학 자료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이중 고고학 자료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은 청동기시대부터 울릉도에 주민이 정주했으며, 이 집단이 훗날 ‘우산국’으로 불리게 될 정치체로 성장했다는 시각으로 이어졌다. 또한 우산국이 본토의 다른 ‘국’들과 비슷한 사회 복합화의 과정을 통해 성장했을 것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울릉도 토착 사회의 모습이나 그 성장기반에 대해서는 ‘섬’이라는 경제・사회・환경적 맥락을 고려하여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작업이 선행되어야지만 선사・고대 환동해 교류망 속에서의 울릉도의 역할을 제대로 논의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우선 유물의 실견, 전문가 자문, 기존 해석의 재검토 등의 방법을 통해 소위 울릉도의 ‘선사시대’ 고고학 자료에 대해 검토하였다. 그 결과 확실한 신석기시대 유물인 어망추는 존재하나, 그동안 청동기시대 유물로 간주된 홍도는 선사시대로 비정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청동기시대 자료로 널리 알려진 무문토기, 갈판과 갈돌, 고인돌 역시 청동기시대로 비정할 확실한 증거가 없음을 밝혀냈다. 울릉도의 고고학 자료에 대한 이와 같은 실증적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본고에서는 이사부 정벌 이전부터 울릉도에 거주했던 집단의 실체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신석기시대에는 식량 획득 장소로서 울릉도에 대한 계절적 점유가 이루어졌으나, 청동기시대 개시 이후에는 생계전략의 변화로 인해 한동안 울릉도에 사람이 지속적・집중적으로 거주하지 않았음을 추정하였다. 또한 그 이후 어느 시점부터 환동해 서쪽 해역에서 해상 네트워크의 작동이 심화되면서 울릉도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이러한 새로운 기회에 힘입어 해상 활동으로 권력의 기반을 확보한 집단이 울릉도를 지속적으로 점유하여 훗날 우산국으로 성장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렇듯 토착 사회를 집약적 농경이 아닌 해양 자원이나 해양 교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사회로 바라봄으로써 선사・고대 환동해 교류망에서의 울릉도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울릉도가 지표로써, 연안항법으로 항해할 수 있는 바다 범위를 동해의 중심부로까지 확대시키는 역할을 수행했을 가능성을 추론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