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지역연구클러스터워크숍] 줄리어스 스콧 『모두의 바람』 저작비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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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역사는 누구의 것인가? 근대적인 활자매체의 발달과 함께 성장한 역사학은 글을 남길 수 있는 이들의 역사를 주로 말해온 것이 사실이다. 역사의 경계는 어디인가? 근대 국가의 형성과 함께 발달한 역사한은 특정 국가의 경계 내에서 일어난 일에 초점을 맞춰온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역사는 이러한 벽을 넘어서야 할 과제를 지니게 되었다.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흐름과 활동에 주목함으로써 ‘모빌리티’라고 하는, 인간 활동의 매우 중요하지만 그 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한 양상에 주목하는 것. 그리고 정제된 말과 문서로 자신의 생각과 활동의 증거를 남기지 않았던 이들의 활동에 주목하는 것. 그렇게 말과 글을 남길 수 없으나 저항과 반란이라는 움직임을 통해 역사에 흔적을 남긴 이들을 추적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미국의 인문학자들 사이에 “the dissertation”이라 불리던 책 모두의 바람은 바로 그러한 역사쓰기가 어떻게 가능한 지를 보여준 수작이다. 18세기 중반부터 후반 사이 식민 제국들이 다스리던 카리브해 섬들에 존재하던 노예들,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주한 자들, 그들을 통치하기 위해 파견되었으나 탈영한 군인들, 밀수꾼들, 선주민들 등 이 책은 ‘주인 없는 카리브해인’들의 움직임과 저항에 주목한다. 경계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들의 움직임이 만들어 낸 불온한 소문들은 결국 노예제 사회에 균열을 내고 근대 국가 아이티를 만들어 낸다.

2010년대 아시아는 불온한 대륙이었다. 아랍의 봄에서 시작하여 일본의 SEALDs, 대만의 해바라기운동, 홍콩의 우산혁명, 한국의 촛불집회, 홍콩 민주화시위, 미얀마 민주화시위, 이란의 히잡 시위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싸우고 권력과 싸운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아시아를 이리 저리 옮겨다닌 것이 2010년 이후 아시아의 역사다. 이 역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 아시아의 젊은이들 사이를 옮겨 다닌 이 불온함을 우리는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이 책은 아래로부터의 메가아시아연구, 미시적인 것을 통해 보는 메가아시아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